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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

제목 바람 속을 걷는 법5




찰옥수수 한 솥 불 위에 올려놓고 삶아지기를 기다립니다.

시장 난전을 기웃거리노라면 찬거리 보다는
고구마며, 옥수수며, 감자 같은 계절 주전부리에 눈과 손이 먼저 가는 걸 보면
나는 아마도 순 엉터리 살림꾼인가 싶습니다.

여름 숲을 울리며 먼 듯, 가까운 듯 청량하게 들리던 예전의 매미 소리와는 달리
이즈음은 매미 소리조차 극악스럽다, 라고 하는 어떤 이의 표현에
어쩌면 그 이의 마음 숲이 좁고 궁색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집 안에서 바람이 제일 잘 통하는 마루에 길게 누워 읽다 접어 둔 책 한 권 손에 듭니다.
접혀진 페이지를 열어보니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라는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 인생의 어느 구비구비에도 말 못 할 바람이 그리 불었던가
날 선 표독함으로 마음을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이든
연꽃 쓰다듬고 지나가는 향기로움에 가슴 두근거리던 그 여름날의 바람이든
생각해보면 삶이란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듯합니다.

우리 사는 일이 흔히 그러하듯이
너무 늦게서야 알게 되는, 깨닫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한 몇 번의 실패와 참담함을 겪고 난 후 부터는
조심성이 많아지고 망설임이 길어지게 마련이겠지요.
달리 말하면 겁이 많아진다는 뜻일겝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 사는 일이
바람 언덕에 홀로 서서 온 몸으로 흔들리는 노릇인 것을
아프게 체득해가는 것 일 테지요.

숱한 바람을 견디어내고 보내고 또 맞으며
상채기와 굳은살로 나이테를 그려가는 일인 것을..

[글쓴이 : 박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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