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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제목 제발 1등은 하지 말거라

 

저녁 식사시간, 예정에도 없던 가족회의가 열렸었다.
아빠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유빈이에게 새로 입학한 중학교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유빈이는 느닷없이
"우리 반에는 공부를 잘하는 얘들만 모여있어요."
라고 대답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소리였다.

아빠는 공부만을 물은 것이 아니었지만 너희들은 아빠의 그런 질문은 당연히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점은 엄마, 아빠도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건 그렇고.  
아빠는 유빈이 반에도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만 모여 있는 것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언니 수빈이 반에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모여있다고 했었는데, 학교의 선생님들은 참 야속도 하시지. 어떻게 우리 아이들 반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놓아 너희들의 등수 매김에 영향을 주시는지......
막내 승혁이가 중학교엘 가면 틀림없이 승혁이 반에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모일 것이라고 아빠는 확신한다.

"그런데 우리 반에서 항상 1등 하는 아이는 참 이상해요. 평소에는 늘 놀기만 하는 것 같은데 1등을 한단 말예요."
그러자 큰딸도 거든다.
"우리 반에도 1등 하는 아이는 공부를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쉽게 1등을 하데요. 그리고 1등과 2등의 점수차이가 엄청나게 나요. 그 애는 천재인가봐요."
"아빠, 아빠 우리 반에도 공부 데빠이(무척) 잘하는 아이가 있어요. 뭐든지 백 점 맞아요. 그런데 공부는 안해요. 맨날 컴퓨터 게임만 해요" 막내도 거든다.

아빠는 너희가 무슨 뜻으로 그런 얘길 하는지 궁금했다. 공부를 안하고도 1등을 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공부는 아빠, 엄마의 말대로 많이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는 것인지. 1등은 천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 천재가 아닌 우리에게 1등을 바라지 말라는 얘기인지. 컴퓨터 게임을 많이하면 공부도 1등이 된다는 뜻인지.

"그렇진 않겠지. 그런 아이들은 너희들이 보기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아도 아마 집에서는 열심히 공부를 할 게다. 아니면 평소에 늘 예습 복습을 하거나......"
그러자 너희의 표정이 뭔가 자신이 없어 보였다. 아빠는 너희들이 1등을 못하는 것보다 그렇게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이 더 안쓰럽다.
"그런데 1등 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1등이라는 자리는 늘 외롭고 고독한 자리다. 공부를 1등 하는 것보다는 모든 생활에서 1등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너희들의 눈에 반짝하는 변화가 일고 있었다.

"아빠도 학창시절에 여러 번 일등을 해보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 1등을 뺏기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쓰는 시간에 책도 더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여행도 다니고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날은 아빠가 1등을 했었다는 말에 너희들이 시비를 걸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모두가' 에이- 정말이에요? '하면서 의심을 했을 텐데......  1등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1등을 해보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많은 부담을 가져야한다. 그러니 1등은 하지 말거라, 2등만 해도 된다. 1등을 못한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엄마, 아빠는 1등만을 강요하는 그런 부모는 아니다. "

아빠는 지금도 그 때 너희들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때 너희들은
'이 세상에 우리 아빠보다 훌륭한 아빠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
'아! 우리는 정말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구나!'
그러한 외침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행복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존경스런 눈길을 보내오고 있었다.

유빈이가 말했다.
"아빠, 그 대신 나는 동화를 잘 쓰잖아요. 나는 작가가 될 거예요."
"그래, 작가 괜찮지, "
수빈이가 말했다.
"나는 뭘 할까?  히히 선생님, 아니면 화장품 장사?"
수빈이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고 장난스러우니까.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우리집에서 그렇게 부르는 아이는 막내뿐이다. 막내야 아느냐, 너는 기분이 좋으면 항상 그렇게 아빠를 반복해서 부른다.
"나는 프로그래머가 될 건데요, 그런데 아빠, 아빠, 아빠, 나는 선생님이 우리 반에서 3등이라고 하셨으니까 이제 한 등만 올라가면 되네요?. 1등은 안 해야 되니까 (아빠는 초등학교엔 등수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는 항상 3등이라고 하더라.)

그렇게 말하는 막내는 이제 세상공부는 다 끝낸 사람처럼 의기양양했다. 물론 너무나도 즐겁고 신나는 표정이었다.
"한 등만 더 올라가면 되다니...."
"맞잖아요? 지금 3등이니까 한 등만 더 올라가면 2등이잖아요? 1등은 안 해야 되니까......"
막내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그윽하고 다정한 눈길을 보내왔다.
"반에서?"

아빠는 잠시 냉수를 한 컵 들어다 마셨다. 그런데 그 냉수 넘기기가 무척 힘들었다.
"......아하, 너희가 뭔가 오해를 했던 모양이구나...... 지금까지 아빠가 말했던 1등은 반에서 1등이 아니라 전교에서 1등은 하지 말라는 얘기였는데.......아빠는 전교에서 1등을 했었거든, 너희들은 반에서 1등을 얘기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지?  수빈아 너도 그렇게 생각했냐?"
".......... !"

유빈아 너도 그렇게 생각했냐?"
".......... !"

갑자기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런데, 너희들 갑자기 왜 그런 표정이 되었냐?  먹던 밥 마저 먹거라."

아빠는 그 날, 더 이상 너희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마치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이놈들아,
엄마 아빠는 악착같이 오래 살면서 너희를 지켜볼 것이다.
너희들이 결혼해서 자식 낳아 기를 때는 공부는 적당히 해도 된다는 그런 훌륭한 엄마 아빠가 되는지를.



2001년 8월 25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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